일기장/2023

3월 31일 - 3월의 마무리

2023. 4. 2. 03:37

정말 정신없이 3월이 끝났다. 벌써 2023년의 1/4이 지나갔다니!
신년 계획 중 하나가 일기를 한 달에 두 번 이상 쓰는 것이었는데... 어제를 마지막으로 끝이 난 3월에 컨디션 난조로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다. 오늘 아직 4월 1... 2일이니까, 아직 3월을 넘기지 않은 척 (^.^) 한 달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지난주 토요일 친구들 생일 파티가 있었고, 압구정에서 놀다가 처음으로 헌팅을 해봤다. 나둥... 잘 놀고 싶은데... 안 취한 상태로 음악에 뚠칫뚠칫하는 것은 정말 너무 어렵다... 조금 어색해도 조금씩 노력해보고 싶다.
무튼 이 전날 까지는 매일 스트레칭도 하고 열심히 루틴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는데, 아침 늦게까지 놀다가 집에 들어오고 주종을 섞어서 술을 꽤나 먹었더니 숙취 때문에 운동도 못 가고 개고생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3월의 마지막 한 주는 스트레칭도 못하고 좀 힘들게 보냈다.
회사에서의 일도 진행이 잘안되고 컨디션도 안 좋아서 (환절기라 감기기운이 잠깐 있었던 것 같다. 오른쪽 눈과 코가 고장 나서 오른쪽 얼굴만 액체를 마구 뿜어댐.) 남자친구에게 이런 내 상황에 대해 언지를 여러 번 줬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칭얼거려서 작은 다툼도 있었다. 31일 금요일에 바이러스를 퇴치하고자 일찍 자고, 1일 아침에 전화로 언쟁을 좀 정리하고 운동 갔다가, 남자친구가 인생 영화라고 꼭 보라고 강추한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도 보고 왔다.
 
생각해 보니 이번달에는 내 전애인 4명을 모두 만나본 달이다. 이렇게 되고 나서 보니 스스로도 기가 좀 찬다. 굳이 다 만나려고 만난 건 아닌데, 생일이어서 생일밥 산 한 명과 종종 보던 한 명 빼고는, 연락 와서 될 때 보다 보니까 결국 진짜 좀 오래 만난 엑스들 다 만난 꼴이 되었다. 꽤 긴 시간 동안 그 누구보다도 가까웠고 많이 아꼈던 사람들의 대략적인 근황은 보고 듣는 게 좋아서 친구로 지내는 거고 물론 그런 측면에서는 좋지만, 전전이 넘어가니 너무 베이비 시절이라 영양가는 너무 없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 굳이 영양가를 따져본다면).
 
제일 최근 엑스는 내가 가지고 싶은 규칙적이고 건강한 루틴을 가지고 살아가서 부럽고 좋아보였다.
내가 그분에게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은, 사람을 좋아하면서 사람을 만나려는 시도를 조금도 하지 않고 나만 한국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는데, 지금의 그는 언제나처럼 삶이 규칙적이고, 보다 건강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즐기는 것 같아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였다. 맞다.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내가 너무 어렸고, 그 기다림은 그때 당시의 내가 원한 기다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있어도 없어도 자기가 할 수 있는/없는 것에 제한 두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아나가기를 바랐다. 나만 계속 기다리는 게 부담이 되었다.
 
대체로 우리 모두는 좋은 사람들을 적어도 한 번은 (혹은 여러 번도) 놓치기 마련인 것 같다. 안 놓칠 수 있는 것도 인연이고 운명인 것 같다. 안 놓칠 수 있을 때, 내 사람일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운명인 것 같다. 그분도 지금 만나고 있는 분이 너무 착하고 예쁘고 멋있는 것 같은데, 현재로서는 같은 크기로 좋아하는 게 어렵고, 이게 반복되니 이것은 자기의 문제인가 하는 등등의 고민을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거기에 대고 왈가왈부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타이밍의 문제이지 않을까. 우리가 책이 읽힐 때와 안 읽힐 때가 있듯이 — 좋은 책이지만,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읽힐 때가 있듯이 — 사람도, 사랑도, 내가 얼마나 준비가 되었는가, 내가 얼마나 이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고 이 사람을 사랑하기를 원하는가에 따라 달린 것 아닐까.
 
 

내가 너무 어렸고

내가 너무 어렸고. 불과 1년이지만 말이다. 나의 이 1년은 이제까지 보냈던 나의 시간들 중에서는 제일 밀도 있는 1년이었기 때문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나이를 먹어가면서 매 해가 보다 더 밀도가 큰 한 해가 될 것만 같다.
 
이런 게 재밌다. 현재의 내 나름의 의견/생각을 적어놓으면, 또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낸 후의 미래의 내가 다시 이 글을 읽으며 그때의 나의 — 달라졌을 수 있는 — 생각과 비교해 볼 수 있지 않은가. 지금 나는 마치 내 미래의 재미를 위해 씨를 뿌려놓는 것 같다. 차근차근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낸 후에 이 씨들을 수확하러 돌아와 엘리콩! (+ 사실 빨리 수확하러 돌아와! 라고 적었다가 고쳐 썼다. '빨리' 오기를 원하지는 않아서이다. 오는 길에 볼 수 있는,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보고 느끼고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