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2024

나에게 안부를 묻다

2024. 7. 18. 11:39

2024년. 일기를 최소 달 2번 이상 쓰자는 계획이 있었을 텐데 무색할 정도로 조금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나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우선순위가 아니었을 뿐. 지금이라도 잊히기 전에 나의 시간들을 돌아본다면, 그것에 감사하다. 

 

블로그 2023년 카테고리를 들어가 보면 12월에 여전히 불안해하던 내가 보인다. 그렇지만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12월 말의 나는 꽤나 행복했다. 처음으로 남자친구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과 카드를 받았고, 나는 그와 그의 룸메이트와 맛있는 스테이크랑 와인을 먹고 함께 Charcuterie board를 만들었다. 연말에는 인생 처음으로 rave에도 가봤다. 전동 칫솔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New Year Party에 참가해 남자친구와 로라와 New Year 카운트 다운도 했다. 2024년 1월 1일에는 아케이드에서 레이싱 게임에 열정을 쏟아부었고 귀여운 파란색 손 장난감을 얻어서 돌아왔다.

 

4월과 5월 초까지 나는 다시 굉장히 불안했다. 친구들은 취업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틱톡과의 인터뷰를 망쳤다. 졸업은 다가오는데 취업이라는 목적은 내게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에크하르트 톨레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를 열심히 읽으면서 나의 불안을 가라앉혔다. 5월 14일에 대학원 졸업식을 했다. 부모님이 오셨고 남자친구와 함께 식사를 했다. 후에는 부모님과 함께 Sunnyvale로 내려가서 힐링을 했다. 친구들과 졸업 당일치기 여행으로 Santa Cruz에도 갔었다.

 

남자친구의 생일 겸 LA에 갔다. Universal Studio에도 가고, 남자친구의 동생과 그 동생의 애인과 저녁 식사도 하고, 남자친구의 친구 커플과 저녁 식사도 하고, 남자친구의 생일파티도 했다. 최고의 smashed burger와 최고의 drink, chocolate forest를 맛본 여행이었다.

 

불안. 6월에 개봉한 Inside Out 2에서 새로 등장한 감정. 이 영화를 두 번이나 봤다. 내 불안을 돌아보았다. 불안이란 감정과 거의 일체가 되었던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불안이란 감정에게 먹혀있었다. 목표 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멀게만 느껴지던 나의 목표에, 나의 현재에 집중하고 순간에 최선을 다하기를 지레 겁먹고 포기하고, 불안에게 먹혔던 나의 시간들. 그래도 이를 조금씩 인지하면서 나아져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오늘은 7월 17일, 2024년의 반이 지나버렸고, 이제 막 만 26세가 된 본인이다. 대학원을 졸업했지만 직장은 없다. 구직활동을 한지 반년이 넘었지만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고 있었냐라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는 없다. 그저 어제보다 오늘 조금이라도 더, 나의 현재에 충실해보자고, 내 소중한 지금에 내 눈앞에 주어진 것의 행위 자체에 집중하자고 나를 토닥이며 응원해 본다. 나의 부족함을, 나 자체를 받아들이되, 서두르지 않고, 목표와 나의 현재와의 거리를 재며 나를 갉아먹지 않고. 그냥 조금 더 나은 나. 조금 더 현재에 집중하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