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일기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반성한다. 핑계를 대자면 여유가 보다 더 없었다.
나름 일찍 쓰기 시작했던, 아니 쓰려고 일찍이 계획했던 ^.^ SOP와 Personal Statement는 좀처럼 마무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11월 초중순에 예정되어있던 토플 시험이 11월 말로 늦어지는 바람에 토플에도 계속 신경 써야 했다. 점수는 나왔는데... 잘 보지는 못했다. 딱 운 빨 없이 내 실력대로 나온 점수인 것 같다. 영어를 좀처럼 잘하지 못한다는 소리이다 ㅎㅎ. 남자 친구랑 점수 내기를 했는데 내가 졌다. 젠장... 준비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몰입하지 않고 또 시간만 어영부영 보냈나 싶어서 조금 아쉽다.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는데, home edition으로 신청했던 토플 리스닝 시간에 리스닝과 함께 엄청 큰 static 사운드가 계속 들려서 시험을 중지했어야 했다. 곧바로 메이크업을 스케줄 할 수 있을 거라더니 곧바로는 무슨, 며칠이고 감감무소식이었고 4번 정도 이메일을 여기저기에 보내고 3주가 넘게 지나서야 메이크업을 신청할 수 있었다. 사실 마냥 기다릴 시간이 없어서 그냥 따로 시험을 신청해서 봤다. (메이크업 스케줄링 연락은 새로 등록한 시험을 보고 난 후에 왔다.)
그리고 11월 18일에는 3학년 때까지 친했던 대학 친구들을 만났다. 계획하고 만난 것은 아니었는데, 나는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나는 계획하고 친구들을 만나는 게 좀 부담된다. 왜인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을 해놓으면 처리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무튼 케일리를 제외하고는 다들 엄청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태니, 호원 오빠, 쿠시, 최재... 다 너무 열심히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진심으로 행복했다. 앞으로도 일 년에 한 번씩은 이렇게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이 글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다들 홧팅 홧팅이다!
하루는 남자 친구랑의 대화에서 뭔갈 배웠다. 상황은 이랬다. 내가 지원하는 대다수의 대학원에 남자 친구도 지원하는데, 이 친구는 나랑 같은 대학교에 가는 게 학교의 랭킹이나 프로그램보다 중요하다. 자기는 더 이상의 롱디는 못한다며, 내가 더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더라도 자기랑 같은 대학교에 가길 원했다. 예전의 나였으면 이러한 토픽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진짜 싫어해서 있는 힘껏 대화를 피해 갔을 텐데 이번에 처음으로 솔직하게 대화로 잘 풀어나갔다. 생각해보면 나는 이제껏 팩트가 바뀌지 않는 대화를 하기를 꺼려한 것인데, 이 대화를 통해 생각보다 팩트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요한 건, 이 친구에게 나도 네가 나를 좋아하고 생각하는 것만큼 너를 많이 좋아하고 생각한다는 것을 전해주는 것이었다. 흠... 정말 많은 걸 느끼고 깨닫게 해주는 친구다. 이 친구는 이제껏 내가 해왔던 자기중심적이고 제한적인 소통에, 윤활제를 바름과 동시에 긴장감을 준다.
같은 날 판교동에서 감을 만나서 오랜만에 반주를 했다. 대창을 살면서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되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는 것이었는데, 감의 근황과 고민을 열심히 듣고 내 생각을 전해주었다. 힐링이 되었다. 소통이 된다는 느낌의 힐링.
UCLA 대학원 지원의 데드라인이 12월 1일이었는데, 교수님 두 분이 추천서를 데드라인까지 제출해주시지 않아서 마음을 많이 졸였다. 예민하던 차에 같이 걱정해주던 남자 친구한테 짜증을 좀 냈고... 많이 사과하고 반성했다 하하. 걔가 내 기분을 낫게 하려고 해준 말이 있었는데, 내가 그걸 좀 이상하게 받아들이고 짜증을 냈다. 내가 피해의식이 좀 있나?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어제오늘 아빠의 이야기를 되게 많이 들었다. 어제는 엄마의 사촌네 가족을 거의 7-8년 만에 뵈었는데, 아들 둘이 각각 20살, 22살 정도여서 아빠가 많은 조언을 해줬다. IT계의 오은영 박사님마냥. 나한테는 절대 이렇게 적나라하게 말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할 때만 조언해주셨는데 그 차이도 신기했고 예전엔 와닿지 않던 조언들이 이제는 와닿는 것도 새로웠다. 우물 안 속 개구리 콩을 꺼내기 위해 직접적인 도움을 주신 아빠에게 감사하다. 아빠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있는 곳이 우물 인지 결코 몰랐을 것이다.
오늘도 엄마, 아빠와 점심 저녁을 함께 했는데, 점심에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후회 없이 살아가는 것과, 많은 합병증을 유발하는 당뇨병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저녁에는 기술로 인해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한국 사회의 분위기 (한국의 저출산 문제, 자살률 등), 사마천의 사기 (특히 범려와 백규) 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야기했다기보다는, 아빠가 많은 얘기를 해주셨다. 이야기보따리마냥. 아빠가 평생 동안 하나씩 고찰하고 찾아간 답들을 공유해주셔서 되게 좋고 감사했다. 아빠가 말씀하시는, 꼭 읽어야 하는 책 4권을 잊지 않기 위해 아래에 한번 적어본다. 읽고 있는 책을 마무리하고, 하나씩 읽어보겠다.
-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 사마천의 사기
-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
- 로버트 그린의 권력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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