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를 마무리하면서 쓰려고 했던 일기인데 딱 일주일이 더 지난 오늘에서야 쓰게 되었다. 사실 지난주를 마무리하며 일기를 쓰려했던 이유는 그 주가 조금 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주 금요일, 7월 8일에 내 인생 첫 과외를 했고, 밤에는 지원해놓은 한 회사의 코딩 테스트를 보았다. 그 다음날 9일에는 엄청 오랜만에 집에서 땀을 흘릴 정도의 운동을 했고, 일요일에는 못 본 지 반년이 넘은 나의 사랑 셀리나와 통화를 했다.
사실 학교의 approved cs tutor list에는 이번 년도 1-2월 즈음부터 올라가 있었다. 그래서 학기 중에 tutor 관련 연락을 많이 받았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하지 않았다. 이름은 올려놓고서 내가 native speaker들을 가르친다는 게 두려웠다. 생각해보면 진짜 답답하고 어이가 없는... 영어를 더 잘하고 싶어서 tutor 신청을 한거였으면서. 무튼 학기가 끝나고 결국 아무 학생도 받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는데, 그때 마침 summer class를 듣고 있는 학생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
지금의 나는 모든 처음이 무섭다. 나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괜찮을까 걱정부터 앞서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계속, 내가 두려워하는 순간들을 피하지 않으면, 이 두려움들이 설렘으로 점차 바뀔 것 같은 확신이 있다.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하면, 이 두려움들은 새로운 일들에 대한 두근거림으로 바뀔 것 같다.
무튼 내 인생 첫 과외는 한 학기 동안 무서워하고 피했던 것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수월했고, 코딩 테스트는... 잘 못 봤지만 준비를 시작하고 나서 본 첫 테스트였기 때문에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사실 2D Matrix 문제는 그날까지 한 번도 풀어본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묻지 마라. 나는 총 없이 전쟁에 나가고 몇 번 처맞은 뒤에서야 아이고야 하고 정신을 조금 차리는 스타일이다...) 테스트 문제 중 4개 중 2개가 2D Matrix 문제였고 그래서 아직 준비가 많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더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주말에 네 문제들 다 다시 풀어보고 이해했으며, BFS, DFS 알고리즘도 제대로 복습했다.
여기 시간으로는 월요일이 11일이었지만 한국 시간으로는 12일이었기 때문에 (7월 12일: 콩의 HAPPY BIRTHDAY) 일어나자마자 중학교 때부터 매년 내 생일 축하를 해줬던 짱친들로부터 생일 축하 영상 편지를 받았고 아침부터 주책맞게 슬쩍 눈물을 훔쳤다. 생각해보니 미국에서 보내는 첫 생일이었던 터라, 이제까지 받았던 많은 사랑과 축하들의 부재로 조금 외로운 생일을 보내볼 생각에 두근거렸는데, 결과적으로는 또 과분하게 행복한 생일을 보냈다. 오후에 아마존 SDE Online Assessment Step 1 관련 이메일을 받았고 저녁에는 트레이시, 제이, 플로라, 탠시, 조이, 조이스와 저녁을 먹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와인에 알딸딸해져 송리랑 통화하다가 생일을 땡! 맞이했다.
느지막이 일어난 12일에는 에밀리가 해준 아침을 먹고 천천히 도서관으로 향했다. 원래 같았으면 생일이니까 샤워는 해야지, 하며 샤워를 했겠지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 내 기분을 존중해준 나의 선택은 날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 하늘도 유난히 화창한게 내 생일을 축하해주는 것 같았다. 도서관에서 공부 조금, 과외 준비 조금 하고 과외를 했다. 과외 시간을 등신같이 헷갈리는 바람에 에밀리랑 Geroge's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을 한 시간 미뤄야 했고 그 덕에 생일날 아사할 뻔했다.
감사하게도 대니얼과 제이, 트레이시가 날 계속 찾아줘서 에밀리와 헤어지고 그들의 집으로 향했다. 이미 보드카 토닉과 맥주 36인지 63인지를 먹고 알딸딸해진 상태라 맥주를 한 두병만 더 먹고 집에 가려했는데 한 병을 끝내면 병뚜껑까지 따서 맥주를 계속 리필해주는 것이 아닌가. 결국 맥주 4병인가를 더 마시고 생각보다 거하게 취해버린 나는 그 다음날 일찍 일어날 수 없었고 공부를 하지 못해 살짝 스트레스를 받았다...
7월의 첫째 주를 기록하려다가 꼬박 일주일이 지난 뒤에서야 기록했는데, 심지어는 그날 열심히 쓰던 일기가 unsave 된 채로 브라우저가 닫혀버려서 썼던 내용들을 다 잃었다. 성질내고 잠든 후에 한동안 이 플랫폼으로 다시 되돌아오지 않았고 (하하) 이미 7월의 끝자락이 되어버린 지금은 무슨 내용을 날렸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벌써 7월 30일이다. 시간이 슝.)
추후에 기억을 되짚어보며 (되짚어진다면 ㅎㅎ) 나의 7월을 더 기록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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