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비행기표를 구매하고 난 순간부터 마음이 한국으로 떴었는데 어제 갑자기
1) 애인이 존나 칭얼거리면서 자기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 내 파트타임 일자리를 물어봐버림
2) 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지 않음에 또 한 번 스트레스 — 언제까지 한국을 회피성 선택으로 삼을 것인가. 한국에 가도 더했으면 더했지 나아지지는 않을 것 같음. 나의 취업 실패는 장소나 취업시장의 문제가 아님. 남았던 시간 동안, 마음이 한국으로 뜬 이후로, 더욱더 여기서의 취업에 노력하지 않음, 지원조차 안 함. 취업 시장이 문제였다기 보다, 내가 노력하기를 지레 포기함. 대학원 입학에 성공할 거면, 취업도 성공할 것 같음. 언제나처럼 나의 문제이고, 장소/상황/목표의 차이가 아닌 것 같음.
등의 연유로, 파트타임 직장을 다니며 legal residence 문제를 해결하고 취업에 더 노력해볼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미국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주어지는 3년간의 legal work authorization이 아까웠고, 지금 이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데 다른 일에는 그럴 수 있겠는가 싶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고 머릿속이 복잡했던 나는 엄마, 아빠, 언니에게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을 이야기했고, 아빠와의 한 시간 가량의 통화를 끝으로 고민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아빠가 정말 멋있다. 사고를 하고, 선택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clear 하다. 정말 좋은 멘토이자, 친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상대방이 조언을 구할 때만 도움을 주시는 것도 대단하다. 아빠는 항상 끊임없이 성장하려고 노력하시는데, 그 노력들이 이렇게 아빠를 빛나게 하는구나 싶었다. 이번 통화를 통해 아빠의 삶의 목적도 들을 수가 있었다. 크게는 자유, 성장, 보다 더 달라지고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마케팅 파트타임 잡이나 수학 튜터 같은 건 하지 않기로 했다.
결정의 이유는 목적이다. 만약 그런 일들이 내가 원래 해보고 싶은 일이었으면 하는데, 아니었으니까. 단지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고, 여러 가지 욕심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하긴 했지만 — 대학원에 가기 전에 관련 경력을 쌓고 싶음, 또 최선을 다하는 데에 실패했다는 결말을 내기 싫음, 이제야 영어가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아서 당장 미국을 떠나고 싶지 않음, 가능하다면 주어진 work authorization을 사용하고 싶음 등등 —, 결국 내 목적은 합법적인 stay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고, 서부에서 software engineer로 일을 해보는 것이니까.
사실 내가 software engineer로서의 일을 좋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마 아닐 거라고 90% 자신할 수 있다. 학부 전공이 computer science 였어서 그냥 당연히, 별생각 없이 졸업 후 그 직종을 취업 목표로 했고, 그러다 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멋있고 부러워진 것이다. 이미 부러워진 이상, 해보고 관두는 것은 괜찮지만 해보지 못하는 것은 원하지 않기 때문에 (또한 현재 나를 설레게 하는 다른 일들이 없기에), 현 목표가 멀지 않은 미래에 미국에서 (되도록이면 실리콘 벨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해보는 것이 된 것이다. 무튼 목표가 분명하니 아빠는, 지금 중요한 것은 너의 목표를 위해 너를 갈고닦는 것이라고 조언해주셨다.
또한, 세상의 흐름을 아는 것도 중요한데, 이는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무턱대고 노력하는 것은 미련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지금 인플레이션 상황과 관련해서, 아빠는 지금은 전반적으로 나대지 말고(?) 자신을 갈고닦고, 다가올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씀하셨다 (—> 경제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내가 해온 일이라던가, 경력이라고 쓸 것들조차 부족해서 좋은 대학원에 가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하니, SOP 관련해서도 그냥 나만의 스토리를 쓰는 것에 집중하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다른 지원자들보다 경력적인 면에서 많이 부족해도, 내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떤 길을 걸어가고 싶은지, 나의 스토리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데에 집중하라고.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SOP는 아닐지 몰라도, 몇 사람에게는 네 진정성이 돋보일 수 있는 거고, 너는 지금 너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라고.
맞는 말, 맞는 말!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 심플하게, 할 수 있으면 하면 된다. 쓸데없는 걱정과 고민은 접어두자.
나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다. 주변에 나의 고민을 함께 해주고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너무나도 감사하다.
어쨌든 나의 고민은 이렇게 일단락되었기에, 연락 온 수학 튜터 자리들은 다 포기했다.
+ 잇몸에서 피가 엄청 자주 난다. 잠도 많이 자고 비타민도 꼬박 챙겨 먹은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 많게는 하루에 세 번 입안에서 피가 난다. 걱정이 되어서 속상해했더니 애인이 내 기분이 나아질 때까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옆에 있어주었다. 결혼하고 싶다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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