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은지도 어느덧 22일, 금세 1월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작년, 재작년?부터 시작된 이 불안함은
아무리 불안해도 바뀌지 않던 나로 인해
작년 말에 극에 치달았고
항상 높아 주변인들에게 부러움을 샀던 내 자존감은 바닥을 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기를 남기기 시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나는 이 불안함을 정리/해소할 어느 곳이 필요하고
2022년이 끝나기 전에 이 불안함을 이겨내고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내가 된다는 목표
그 목표를 향한 여정을 남길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래에 내가 느끼는 불안, 나를 괴롭게 하는 생각들을 정리해본다.
- 많은 것을 이해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다.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인데, 생각해보니 나는 어렸을 때부터 조금이라도 복잡한 건 이해하기 싫어했다. 싫어하는 걸 참고 억지로 한 적도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를 이해하고 응용하는 게 이제는 정말 어렵다. 너무 하고 싶어도 힘들다. 결국에는 사람들의 말까지 잘 들리지 않았고 ㅡ 소리는 들리는데 processing 이 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ㅡ 나 자신이 마치 벽이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이 지경이 되니, "이해"를 버릇 않고 살아왔다는 게 문제라는 문제의식을 하게 되었고, 문제를 인지한 이상 이런 방식으로 사는 나를 사랑할 수 없었다.
- 불안하기 때문에 더욱더 집중할 수 없다.
이미 수십년간 놓친 게 많으니 알고 이해해야 하는 것들은 셀 수도 없이 많고, 하루라도 빨리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서 어른 행세를 해야 하는데, 머리는 어찌 이토록 멍청한 게 날 따라 주지 않는 건지. 뇌의 성장 기간 동안 술만 처먹어서 그런 건지. 술이 뇌에게는 진정 독이라던데. 뇌의 성장이 멈추는 나이도 25살이라고 하던데. 너무 늦어버린 게 아닌지. 아니, 사실 아니라는 건 안다. 나는 늦지 않았다.
- 아버지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있다. "네 삶이 재미없으면, 남의 삶 혹은 허구의 이야기들이나 얘기하며 재미있어하게 된단다."
고등학교 때에는 초등학생 적 단짝 친구가 나한테 이런 말을 한 말이 있다. "나는 어렸을 때 이 세상의 주인공이 너인 줄 알았어."
사실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모든 이들이 나를 과분하게 좋아해 줬다. 당연했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자존감이 낮아져 마냥 누군가를 동경하고 부러워만 해보니 금방 알게 되었다. 어렸을 적 나는 지금 내가 동경하는 이들과 같은 모양새였다. 누구나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졌던 나는 자존감이 높을 수밖에 없었고, 내가 이것이 진정 맞다고 생각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 외에는 서슴이 없었다. 그러니 그들은 당연하게도 한결같이 당당한 나에게 끌렸던 것이다. 그렇지만 꽤나 오래전 내 삶의 컨트롤러를 놓친 나는, 자꾸만 쓸데없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며 내 시간을 보낸다. 나에게 도움이라고는 전혀 될 리 없는, 남들 구경만을 하며 살고 있다.
콩, 지금 나를 봐주자. 이렇게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을 때, 네가 나를 봐주자.
속을 채워 알맹이가 있는 사람이 되고, 내부로부터 만들어지는 단단한 자존감을 갖자. 다시 내 세상의 주인공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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