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콩. 만 25살. 아빠한테 혼났다. 기분 상했다고 혼났다. 감정적이라고 혼났다.
오늘의 issue
우리는 미서부 가족 여행 중. 어제 계획해 둔 오늘과 내일의 일정이 있었음. 엄마, 아빠, 친구들에게 해놓은 약속이 있음. 그런데 갑자기 아침 식사 자리에서 아빠가 그 계획들을 질문함. 이 동네에 사는 본인 친구랑 만날 수 있으면 만나서 그린카드 등의 이야기를 물어보고 할까 한다고. 그럼 그게 2-4시에 끝날 거고... 이러면 내가 컨펌해 둔 일정을 취소해야 하는 것임. 내 딴엔 어제 다 여러 번 물어보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다 할 수 있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는데, 오늘이 되니 다시 갑자기? 하며 취소해야 할 일정들에 기분이 상함. 이후에 확인하기 위해 그게 예정되어 있던 미팅인지 아니면 별개의 약속인지 등을 물었고 (이게 내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빠는 이건 (갑작스러운 변경과 통보가 아닌) 디스커션이라고 함. 아직 그 친구와 약속 잡은 것도 없고 등. 계속 이야기를 하다가 그다음 날 일정의 위치는 어디냐고 물었는데, 아빠가 언성을 높이기 시작함. 네가 말하면 어딘지 아냐고. 어디든 20분 정도 걸린다는데 왜 자꾸 물어보냐고. 나는 일정 2가 취소되면 일정 1을 일정 2가 있던 날로 미뤄도 되겠다는 생각에서 그 일정의 장소가 같은 곳인지 확인하고자 그런 거였는데 와다다다 와다다다. 처음에 혼자 꿍했던 것은 인정하지만,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 아직 예정된 것 아니군, 흠 사실 나쁘진 않군, 일정들의 동선이 너무 inefficient 하긴 했었다 싶어 이왕 이런 김에 더 편한 일정들을 고민 중에 있었는데, 아빠가 와다다다. 디스커션 중일 뿐이었는데 네가 기분이 상하면 이건 니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고.
기분이 상하는 포인트가 이해가 갔으면 먼저 "아직 예정된 것은 없지만 우리에게 이런 필요가 생겨서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이 났고, 그래서 다시 우리 계획을 한번 더 검토해면 좋겠음. 우리가 거기에 왜 가지?" 자기의 일정의 시간과 장소들을 정확하게 공유해 주면서 운을 좋게 띄울 수도 있지 않은가. 설명하면서, 아 이렇게 되면 헷갈리잖아 etc. 누군 안 헷갈립니까.
아빠 의견: 혼자 꿍해있지 말고 질문을 해야 함. 니 지난번에도 한번 그랬지 않냐. 연어 먹으러 갔다 연어가 없으니 한동안 꿍해있지 않았냐. 그걸 먹으러 갔는데 그게 없으면 다른 걸 먹으면 되지. 아니 꽤나 속상해하긴 했지만, 그 연어는 거기에만 파는, 음식에 큰 관심 없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혼자서는 멀어서 갈 수도 없는 식당이었고, 내가 남들한테 짜증을 낸 것도 없고. 아니 내가 다른 걸 안 먹었냐공... 구시렁거리려면 구시렁거릴 수 있는 건 많지만 하지 않겠다. 참 대단하세요. 말해주려고, 그 가르침을 주려고 일부러 그렇게 와다다다 하신 거라고요.
무튼 중요한 부분. 나의 다운의 분위기는 굉장히 센가 보다. 남들도 지적해 왔던 문제점이긴 한 듯.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고 고쳐야지. 업다운이 심함 + 다운이 꽤나 심하게 다운임. 애초에 내 업이 진짜 업인가? 나의 영혼 자체는 업이지 않은데. 평상시 -> 업 흉내, 다운 -> 평상시 흉내, 이 평상시 흉내를 잘 못하거나, 평상시가 평상시라고 하기엔 너무 다운이거나, 남들이 익숙하지 않거나? 내가 생각한 내 다운은 그렇게 심하지 않아서 그 다운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지 몰랐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의 말을 명심하자. 그냥 업을 줄이고, 다운일 때 의식적으로 입을 좀 집어넣자.
남들에게 짜증을 내거나 피해를 주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분위기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나 보다.
감정이 풍부한 건 틀린게 아니고 다른 거고, 안 좋은 게 절대 아니다. 나를 남들의 입맛에 맞출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 기분이 다운이 될 때에는 집단의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자. 내 default가 꽤나 업이라 남들에게 내 다운이 더 크게 느껴지나 보다.
'일기장 > 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 27일 - 첫 3주가 지나고 (1) | 2023.08.28 |
---|---|
콩의 7월, 강해져야해! (0) | 2023.08.02 |
꽤나 늦은 나의 6월 요약정리 (0) | 2023.07.24 |
5월의 이모저모 + 공부로그 (1) | 2023.07.05 |
5월의 to-do list 모음 (1) | 2023.05.16 |